안녕하세요. LINE Plus의 LINE AI LAB에서 LLM 에이전트 관련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는 신수민입니다.
저는 지난 7월 도쿄에서 열린 Tech-Verse 2025에 Tech-Verse의 현장을 취재하고 담아오는 'LINE DEV 리포터즈'에 참여하면서 현장에서 LY의 다양한 기술 성과를 직접 보고 들을 수 있는 기회를 얻었습니다.
이번 Tech-Verse는 AI가 주요 주제 중 하나로 선정되면서 다양한 서비스 적용 사례가 곁들여진 AI 관련 발표가 정말 많 았는데요. 실무자 입장에서 공감되는 내용도 많았고, '여기서 얻은 것들을 실제 내 업무에 적용해 볼 수 있을까?' 혹은 '이걸 바탕으로 또 어떠한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 수 있을까?'라고 스스로에게 질문해 보게 되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이 글에서는 발표 내용을 상세하게 정리하기보다는, 현장에서 실무자로서 인상적이라고 느꼈던 순간들을 중심으로 공유해 보려고 합니다. 혹시 Tech-Verse를 놓치셨다면 Tech-Verse 2025 홈페이지에서 발표 영상과 자료를 제공하고 있으니 꼭 확인해 보세요!
행사장으로 가는 길
저는 행사 당일 아침, 신주쿠 역 근처 숙소에서 출발해 도쿄 지하철을 타고 LY Corporation(이하 LY) 본사로 향했습니다. 리모트 근무에 익숙한 저에겐 오랜만의 출근이었는데요. 이곳의 출근길 지하철은 서울의 지하철 9호선 출근길이 생각날 정도로 혼잡해서 '아, 이 도시도 출퇴근이 쉽지 않구나'라고 생각하게 만들었습니다. 예상과는 다른 현실을 실감한 순간이었고, 잠깐이지만 진짜 도쿄의 직장인이 된 기분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Tech-Verse가 열린 행사장은 LY가 입주해 있는 도쿄 가든 테라스 기오이초의 4층으로, 제법 넓은 공간에서 다양한 세션이 동시에 진행됐습니다. 기오이초 오피스를 방문한 것은 처음이었는데, 비록 회사 내부 공간은 아니었지만 컨퍼런스 홀 입구에 도착했을 때 설레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쉽지 않은 출근길 끝에 맞이한, 에어컨의 시원한 바람과 함께 느꼈던 행사장의 첫인상이 아직도 생생하네요.
행사장 앞 리셉션에서 제 이름표를 찾아 행사장으로 들어갔습니다. 행사장에는 Main Room A, B, C, D와 Seminar Room A, B까지 총 6개의 강연장이 있었고, 각 강연장에는 AI와 Security, Server Side 등의 주제가 설정돼 있었습니다. 각 강연장에서 해당 주제와 관련된 세션이 연속해서 진행되는 방식이었는데요. 저는 AI 세션이 진행된 Main Room A에서 주로 시간을 보냈습니다.
발표 시작 전 수많은 참가자가 키노트 발표장 을 가득 채운 모습을 보니 긴장감과 기대감이 동시에 느껴졌습니다. 키노트에서는 LINE Corporation과 Yahoo Japan Corporation의 합병에 따라 진행된 플랫폼 통합을 소개하고, 향후 LY의 AI 전략과 주요 AI 활용 사례가 공유됐습니다. 이후 이어질 발표들의 방향을 미리 엿볼 수 있었던 예고편 같은 시간이었습니다.
Tech-Verse DAY 1 - Rag부터 MCP까지, LY의 AI 기술 내공 엿보기
첫째 날 키노트 이후 Main Room A에서는 요즘 AI 업계에서 자주 언급되는 키워드인 MCP(Model Context Protocol)와 RAG(Retrieval-Augmented Generation), 에이전트 등을 실제 서비스에 적용한 사례를 소개하는 발표가 주를 이뤘습니다. 기술 트렌드 자체보다는 '어떻게 도입했고, 어떤 허들을 넘었는가'에 집중된 발표가 많아 더 몰입해서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중 가장 인상 깊었던 발표는 AI와 함께 진화하는 엔지니어링이라는 제목으로 진행된 'Ark Developer' 관련 발표였습니다. LY에서는 Ark Developer라는 이름으로 사내 임직원에게 개발 과정 및 개발 프로세스에 최적화된 AI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RAG 기반 코드 어시스턴트를 구축해 코드 자동 완성, 리뷰 및 보안 확인, 주석 및 문서 자동 생성, 테스트 코드 작성 등을 지원하는데요. 특히 사내 문서를 스트리밍 형태로 실시간으로 참조해 코드 맥락에 맞는 도움을 주는 방식이 인상 깊었습니다. 또한 GitHub와 연동해 PR 생성까지 이어지는 데모도 시연됐습니다. 코드 어시스턴트가 연관된 코드를 참조할 때, 전체 코드 베이스를 별개의 문서로만 취급하지 않고 디렉토리 구조를 그래프처럼 취급해 그래프 분석(graph analysis)을 수행한 점도 굉장히 인상 깊었습니다.
발표를 들으며 이 정도면 진짜 개발 사이클 전체를 AI가 함께 타고 가는구나 싶었고, 자연스럽게 '우리 팀에서도 이런 툴을 도입해 활용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발표 직후 옆자리에 있던 Yahoo! JAPAN 서비스 쪽 신입 개발자에게 “이거 실제로 쓰고 계세요?”라고 물어봤는데요. 그분이 “Copilot보다 체감이 훨씬 좋다”고 답하셨던 게 인상 깊게 남았습니다.
또 하나 기억에 남는 발표는, AI로 생성된 이미지의 품질을 측정하는 방법이라는 발표였습니다. 최근 주로 LLM과 에이전트 중심으로 흘러가는 AI 기술의 흐름 속에서도 여전히 컴퓨터 비전 영역에서 활발히 기술을 연구하고 서비스에 적용해 나가는 팀이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는데요. 특히 품질 기준이 주관적일 수밖에 없는 이미지 생성 기술의 특성을 보완하기 위해 평가 방식을 정교하게 다듬으려는 시도가 실무자의 입장에서 인상 깊었습니다.
발표에서는 총 세 가지 방식의 이미지 생성 모델의 결과를 FID(Fréchet Inception Distance), IS(inception score) 같은 전통적인 이미지 분포 기반 평가는 물론, LAION의 Aesthetic Score와 같은 미적 기준, LLM 기반 평가인 CLIP-IQA, Q-Align, 비디오-언어 모델을 활용한 VQA(Visual Question Answering) 기반 질의응답 방식까지 소개하며, 정답이 존재하지 않는 생성 이미지의 품질을 어떻게 다각적으로 분석할 수 있을지에 대해 폭넓게 설명해 주셨습니다.
저는 이 발표를 들으면서 LY에서 이미지 번역 모델과 인페인팅 모델이 실제 서비스로 운영되고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는데요. 특히 이미지를 번역한 후 원래 텍스트의 형태와 배열까지 자연스럽게 복원하는 작업이 단순한 OCR(Optical Character Recognition, 광학 문자 인식 기술)이나 번역이 아니라 레이아웃과 구조까지 새롭게 생성해야 하는 복합적인 과제라는 점에서 기술적 난도가 높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이미지 생성 결과를 어떻게 평가하고 개선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생성형 AI 기술이 실제 서비스에 적용되는 현시점에서 매우 현실적이고 중요한 과제라는 점에서 발표 내용이 더욱 깊이 와닿았습니다. 제가 최근 다루고 있는 LLM 기반의 작업들도 정답이 정해져 있다기보다는 '더 좋은 답변'을 찾는 방향에 가깝기 때문에 품질을 어떻게 정량적으로 평가하고 개선할 것인지가 핵심적인 문제인데요. 이 발표를 통해 생성형 AI 전반에 걸쳐 단순히 기술을 구현하는 것을 넘어서 '평가'와 '검증'이 곧 품질을 만든다는 점을 다시금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쉬는 시간의 기록
하루 종일 발표만 듣는 행사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현장에 와보니 Tech-Verse는 그 이상이었습니다. 발표장 밖에는 커뮤니케이션 공간이 따로 마련되어 있었고, 이곳에서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회의를 하거나 담소를 나누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또한 '프로덕트 스트리트'라는 이름의 포스터 세션도 진행됐는데요. 이틀간 서로 다른 포스터 세션이 진행돼 지루할 틈이 없었습니다.
행사 중간중간에 제공된 간식과 식사, 그리고 커피 후기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첫째 날에는 기오이초 건물 내 식당에서 점심을 해결했고, 둘째 날에는 행사 측에서 준비한 도시락을 받았습니다. 도시락 은 스키야끼 벤또였는데, 점심에 맛있는 '벤또'를 먹다 보니 일본에 출장 와 있다는 게 실감됐습니다.
발표 중간중간 간식도 제공돼 전체적으로 몸과 마음이 든든하고 여유로우면서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행사를 즐길 수 있었습니다. 또한 이틀 내내 바리스타가 현장에서 직접 내려주는 커피가 준비돼 있었는데요. 향도 좋고 맛도 좋아서 매번 줄이 길었습니다. 간식도 정성스럽게 준비되어 있었고, 남는 게 보이면 하나씩 더 챙겨 먹을 정도로 맛도 좋았습니다.
또 기억에 남는 것은 발표가 끝난 뒤 발표자가 발표장 바깥에 서 있으면 다가가 직접 질문을 할 수 있었다는 점입니다. 저도 발표를 들으면서 생긴 궁금증을 발표자에게 직접 물어볼 수 있었고, 그렇게 짧게라도 직접 대화를 나누는 경험이 발표의 이해도를 더 높여줬던 것 같습니다.
재밌었던 순간도 있었습니다. 키노트 이후 첫 세션에서는 주변 사람들과 짝을 이뤄 인사하고 대화하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첫째 날에는 옆자리에 앉은 Yahoo! JAPAN 서비스 쪽 신입 개발자와 자연스럽게 인사를 나눴고, 둘째 날에는 대만에서 온 AI TF 팀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습니다. 그런데 얘기를 나누다 보니 그 팀이 Ark Developer의 일부를 직접 만들었다고 해서 놀랐는데요. 진짜 웃겼던 건 발표가 끝난 뒤 발표자에게 질문하러 나갈 때마다 계속 그 팀과 마주쳤다는 점이에요.
또 한 번은 영어를 못하는 발표자에게 질문하려고 했는데, 그 대만 AI TF 팀의 한 분이 갑자기 일본어–영어, 일본어–중국어 통역까지 해주면서 주변 참가자들의 기대를 한몸에 받는 상황이 연출됐습니다. 나중엔 발표자보다 그분 말을 기다리게 될 정도였죠. '진짜 제대로 교류하러 오셨구나!' 싶었는데요. 예상치 못한 해프닝 덕분에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은 순간이었습니다.
Tech-Verse DAY 2 - AI를 활용한 서비스 기획 사례들
둘째 날에는 주로 LLM이나 생성형 AI 서비스를 활용한 실제 서비스 사례를 다룬 발표가 이어졌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세션은 “LINE PLANET” and AI: Conversations with AI라는 제목으로 음성 기반 AI 에이전트를 위한 기술 스택과 실제 적용 사례를 다룬 발표였습니다.
발표에서는 STT(Speech-to-Text) → LLM → TTS(Text-to-speech, 음성 합성)로 이어지는 구조를 중심으로, 그 사이에서 발생하는 노이즈와 에코, 끼어들기 방지 같은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했는지 설명해 주셨습니다. 예를 들어, 사용자의 발화 종료를 판단하는 턴 감지(turn detection)와 마이크 환경에 따른 어쿠스틱 에코 제거(acoustic echo cancellation), 네트워크 지연 최소 화를 위한 대응 방식 등을 소개했는데요. 단순한 파이프라인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대화를 위한 여러 기술을 유기적으로 결합해 설계했다는 점이 인상 깊었습니다.
이 발표를 통해 음성 AI가 단순히 입력과 출력을 연결하는 구조가 아니라, 실제 사람과의 대화를 닮기 위한 기술의 총합이라는 인식이 더욱 분명해졌습니다. 특히 실시간이라는 특성과 자연스러움을 동시에 달성하기 위한 세밀한 설계 요소들은 직접 구현해 보지 않으면 알기 어려울 기술적 난제로 느껴졌고, 저 또한 이런 복합적인 조건을 만족시키는 시스템을 구성해 보고 싶다는 도전 욕구가 들었습니다.
음성 AI 외에도 LY에서 실질적으로 AI를 활용하고 있는 사례들이 발표 세션과 포스터 세션을 통해 다수 소개됐습니다. 저는 LY 소속이긴 하지만 평소 Yahoo! JAPAN 관련 서비스를 직접 접해볼 기회가 많지 않아 잘 모르고 있었는데요. 영화 리뷰나 광고 자동화, 쇼핑, 검색 기반 여행 추천 등 정말 다양한 분야에 AI가 깊숙이 녹아 있다는 사실을 새롭게 알 수 있었습니다.
사내 임직원만을 위한 세션들도 있었던 터라 구체적으로 소개하기는 어렵지만, 준비된 세션들은 제목과 발표 흐름만 봐도 폭넓은 활용처를 엿볼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도 반복적으로 강조된 'AI를 위한 기술이 아니라, 서비스를 위한 AI'라는 메시지가 인상적이었고, 기술 그 자체보다도 사용자 경험과 실질적 가치를 우선시하는 태도에서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Tech Verse 이후 애프터 파티까지
매일 행사가 끝난 뒤에는 애프터 파티가 있었는데요. 일본의 유명 셰프 분께서 오셔서 음식을 준비해 주셨습니다.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서 다른 팀 분들과 즐겁게 소통했고, 단체 사진도 남기면서 Tech Verse의 마지막까지 남김없이 즐겼습니다.
Tech Verse 2025를 돌아보며
Tech-Verse를 경험하면서 가장 많이 느꼈던 것은 모두가 각자의 위치에서 정말 다양한 문제를 AI로 풀어내고 있다는 것, 그리고 단순히 기술만이 아니라 서비스, 운영, 커뮤니케이션 전체를 연결하면서 허들을 넘어가고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발표마다 다루는 문제도, 접근 방식도 제각각이었지만 각자의 위치에서 실질적인 문제를 풀어나가고 있다는 공통점이 인상 깊었습니다.
LY의 개발자이지만 평소 Yahoo! JAPAN 관련 서비스와의 접점은 많지 않았는데요. 이번 행사에서 댓글 모더레이션, 쇼핑 경험 개선, 이미지 생성, 광고 자동화 등 다양한 영역에서 이미 AI가 도입돼 운영되고 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기도 했습니다.
기술 하나하나에 감탄하기도 했지만 더욱 인상 깊었던 것은 그 기술을 실제로 현업에 녹이며 공유하려는 사람들의 태도였습니다. 같은 업계, 심지어 같은 회사에서 일하고 있지만 다른 팀의 실무 안쪽을 이 정도 수준으로 깊이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는 드문데요. 듣는 내내 많은 자극을 받았고, 저도 더 잘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었습니다.
이번 Tech-Verse를 통해 많은 영감을 얻었고, 더 많이 배우고, 연결되고, 성장하고 싶다는 마음이 커졌습니다. 다음 Tech-Verse가 열린다면, 그때는 제가 무대 위에서 프로젝트를 소개하는 발표자로 설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