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LINE 앨범과 공유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는 Android 엔지니어 정우진, Product UX 조직에서 공통 UX를 담당하는 디자이너 정승희입니다.
저희는 지난 9월 2일부터 6일까지 사내에서 개최된 Tech Week 2024 행사에 참여했습니다. Tech Week 2024는 'Global all-engineer collaboration forum'이라는 주제로 도쿄 기오이초에 위치한 LY Corporation 오피스에서 열렸습니다. 행사는 'Tech All-Hands Meeting', 'Tech Conference', 'Hack Day'의 세 가지 프로그램으로 진행됐고 저와 승희 님은 사내 해커톤인 Hack Day에 참여했는데요(각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먼저 발행된 Tech Week 2024, 도쿄에 다녀왔습니다를 참고해 주세요). 이번 글에서는 처음으로 참여한 사내 글로벌 이벤트의 다이내믹한 분위기와 함께 사내 해커톤 프로덕트 제작 과정을 전해 드리고자 합니다.
Hack Day
Tech Week 2024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합병 이전 Yahoo Japan Corporation에서 시작돼 LY Corporation으로 이어지고 있는 전통적인 해커톤 행사인 Hack Day입니다. Hack Day는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개발해 볼 수 있는 사내 해커톤 행사로, 전 직군 누구나 기발한 아이디어만 있다면 참여할 수 있습니다. IT 회사를 다니면서 언젠가는 해커톤에 참여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었는데 실제로 경험해 보니 상상한 것 이상의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Hack Day에는 두 가지 방식으로 참여할 수 있었습니다. 글로벌의 각 법인에서 선발 과정을 거쳐 참여하는 '일반' 부문과, 두 개 이상의 글로벌 법인의 참여자로 팀을 구성해 참여하는 'Global Mixed' 부문입니다. 일반 부문은 각 법인별로 예선이 진행됐고, Global Mixed 부문은 사전에 팀을 꾸리기 위한 온라인 교류회가 진행됐고, 추첨으로 최종 참가자를 선정했습니다. 저(우진)와 승희 님은 각각 일반 부문과 Global Mixed 부문으로 참여했습니다.
개발은 이틀간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총 24시간 동안 진행됐는데요. 저희가 Hack Day에서 어떤 프로덕트를 어떻게 개발했는지 소개하겠습니다.
Painter Sally(가칭) 개발기 - 정우진
저는 LINE Plus의 개발자 동기 네 명과 함께 일반 부문으로 참여했습니다. 저희 팀의 주제는 LINE FRIENDS를 그려주는 AI 봇에 게임을 결합하는 것이었습니다. 요즘 그림이나 캐릭터를 그려주는 Stability AI의 Stable Diffusion이 굉장히 뜨거운 주제인데요. LINE FRIENDS 캐릭터를 정상적으로 그려주는 AI 모델은 찾을 수 없었기에 AI 학습을 통해 귀여운 LINE FRIENDS 그림을 그려줄 수 있는 샐리 봇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이렇게 만든 그림을 게임에서 이용할 수 있게 만들면 흥미로운 앱이 될 것 같았습니다.
이 프로젝트에서 LINE FRIENDS 캐릭터는 실험적으로 사용된 것으로 공식적인 캐릭터 변형이 아닙니다.
사전 회의 및 설계
개발에 들어가기에 앞서 사전 회의 및 설계를 진행했습니다. 회의를 통해 전체적인 앱의 기능 및 디자인을 설계했고, AI가 그려주는 그림을 이용해 진행할 게임에 적용할 규칙을 세웠습니다. 저희는 네 명 모두 클라이언트 개발자였기에 AI 기술을 활용하는 게 조금 어려웠는데요. 설계하면서 팀원들과 함께 공부하며 모델 개발에 힘쓴 덕분에 시간 내에 만족스러운 모델을 만들어 낼 수 있었습니다.
개발 과정
개발 과정에서는 여러 가지 도전 과제를 만났고, 이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느낄 수 있었습니다.
첫 번째 도전 과제는 AI 모델의 학습 데이터를 수집하고 정제하는 것이었습니다. LINE FRIENDS 캐릭터의 다양한 모습을 학습시키기 위해 수많은 이미지를 수집하고 이를 정제하는 작업이 필요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데이터의 품질을 유지하면서도 다양한 변형을 포함시키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두 번째 도전 과제는 AI 모델의 성능 최적화하는 것이었습니다. 초기 모델은 캐릭터의 디테일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는데요. 이를 개선하기 위해 여러 번의 실험과 튜닝을 거쳤습니다. 특히, 모델의 학습 속도와 정확도를 균형 있게 맞추는 작업이 큰 도전으로 다가왔습니다.
세 번째 도전 과제는 클라이언트와 서버 간 통신을 최적화하는 것이었습니다. AI 모델이 생성한 이미지를 실시간으로 클라이언트에 전달하고, 이를 게임 내에서 활용하는 과정에서 지연 시간이 발생하지 않도록 최적화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개발하면서 수많은 글로벌 동료들이 필요하면 번역기를 동원해가며 밤늦게까지 서로 끊임없이 소통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는데요. 언어 때문에 소통이 불편해도 공통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열정적으로 토론하는 모습에서 Hack Day의 뜨거운 열기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결과물 소개
저희 팀은 Painter Sally(가칭)라는 이름의 AI 기반 앱을 완성했습니다. 이 앱은 입력한 키워드에 기반해 LINE FRIENDS 캐릭터가 포함된 그림을 그려주고, 사용자는 이 그림을 다른 사용자에게 제시해 입력한 키워드가 무엇인지 알아맞히는 게임을 즐길 수 있습니다.
Hack Day 마지막 날에는 결과를 전시하는 자리가 열렸습니다. 저희도 프로젝트 결과물을 발표하며 다른 팀들과 공유했고, 각국 각 법인의 여러 사람들이 와서 직접 LINE FRIENDS 캐릭터를 그려보며 긍정적인 피드백을 많이 남겨 주었습니다.
Automatic Love 개발기 - 정승희
처음으로 참가한 Hack Day에서 제가 선택한 주제는 '사랑'입니다. 기술이 삶에 미치는 영향력이 증가하고 기술 기반 제품이 더욱 정교해질수록 제품이 작동하는 메커니즘 안에서 UX가 유의미하게 설계됐는지, 겉으로 보이는 서비스 이면의 가치가 무엇인지 파악하는 일은 디자이너가 수행해야 할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딥페이크와 같은 복제 기 술의 편린 속에서 변화하고 변형하는 에너지가 가득한 오늘날, 우리가 잃지 말아야 할 진정성의 가치와 복제의 개념을 양가적으로 연결하면 재밌는 아이디어가 나올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Meet the truest half
이런 생각 속에서 탄생한 'Automatic Love'는 물리적 자아와 디지털 자아가 교차하는 지점에 있는 가상 자아를 중심으로 전개하는 소셜 디스커버리 플랫폼입니다. '나를 닮은 가상 자아(AI Twin)가 나 대신 다른 사람과 미리 데이트를 하면 어떨까?'라는 발상에서 시작했는데요. 시작하는 연인들이 처음 알아가는 과정에서 겪는 페인 포인트를 해결하고, 더 나아가 나의 가상 자아가 데이트하는 것을 직관할 수도 있는 대담하고 새로운 데이팅 앱을 개발했습니다.
Combining physical and digital selves
Automatic Love의 작동 방식은 이상적인 동시에 실리적입니다. 사용자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생성된 사용자의 또 다른 자아 AI Twin은 다른 AI Twin들과 동시다발적으로 매칭돼 서로 간의 케미스트리를 빠르게 측정한 뒤 사용자를 대신해 가장 잘 어울리는 파트너를 탐색해서 실제 만남을 제안합니다.
AI Twin은 사용자의 단순한 디지털 복사본이 아닙니다. 사용자의 내면을 복합적으로 투영한 디지털 자아입니다. 사용자의 외모와 목소리뿐 아니라 실제 정체성을 있는 그대로를 반영할 수 있도록 채팅 데이터를 기반으로 AI Twin을 생성했고, 이를 통해 실재감을 더하고 할루시네이션(hallucination) 발생 우려를 줄이고자 노력했습니다.
AI Twin이 다른 이들과 대화하는 과정을 사용자가 제3자의 눈으로 직관하는 기능은 앱에서 제공하는 핵심 기능이자 실제 만남을 결정짓는 중요한 터치포인트입니다. 사용자가 언제든 열람할 수 있는 가상의 채팅 공간이라는 세계관을 완성하기 위해 일관된 디자인 언어를 만들었으며, 디지털화한 자아를 표현하기 위해 '폴더'라는 디자인 모티브를 사용했고, 폴더 안에 사용자의 프로필을 넣어 가상 공간 안에서의 존재감을 극대화했습니다.
정서 기반의 UX도 적극적으로 적용했습니다. 사용자가 자주 들여다본 상대방의 폴더는 좋아하는 마음이 커지듯 더욱 크게 보이는 반응형 인터랙션을 적용했고, 앱 전반에 생동감 있고 온기가 느껴지는 그라데이션 색상을 사용해서 사용자의 디지털 무결성(digital integrity)을 사실주의 형식으로 표현했습니다.
Global Mixed 팀의 노력
저희 팀은 한국인과 일본인으로 구성된 Global Mixed 팀으로, 모두가 즐겁게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분위기로 작업 환경을 구축했습니다. Hack Day 기간 동안 팀명인 ‘Cats’ 로고가 새겨진 팀복을 입고 작업했을 만큼 우애가 깊었는데요. 팀원들과 느꼈던 결속력은 ‘사랑’을 주제로 하는 프로젝트를 가시화하는 데 있어 큰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저희는 디자이너와 개발자라는 고정된 역할에서 벗어나 팀원 모두가 디자인 전 과정에 참여하며 UX 설계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했습니다. 서로의 문화권 안에서 바라본 데이팅 앱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자유롭게 토의했고, AI Twin 간의 데이트에 필요한 대화 주제를 설계할 때도 모두가 공감할 만한 보편적인 문화 코드를 반영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향후 개발 및 상용화라는 변수를 고려하지 않아도 되는 해커톤의 특성을 고려해 세상에 제안하고 싶은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는 것에 집중해 보자는 것이 팀원들의 공통된 생각이었습니다. 저는 디자이너로서 반드시 전달해야 할 디자인의 코어 영역이 무엇인지와 현실적으로 구현 가능한 부분은 무엇인지, 이 두 가지를 구분한 뒤 전략적으로 그 사이를 조율하면서 작업을 완성해 나갔습니다.
참가자들에게는 제한된 시간 안에서 극도로 높은 자율성이 주어졌기 때문에 개발이 진행되는 과정은 팀마다 달랐는데요. 덕분에 디자이너와 개발자 간의 협업 방식에 대한 관점의 스펙트럼도 넓힐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Automatic Love'의 브랜딩부터 UI/UX, 광고 영상까지, 디자인의 A to Z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저의 판단을 믿고 응원해 준 팀원들에게 다시 한번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Automatic Love로 저희 팀은 영광스럽게도 디자인 어워드를 수상했습니다. 디자인 어워드 수상이라는 값진 결실을 토대로 앞으로 더욱 감동을 주는 LY 서비스를 만들어 나가겠습니다.
마치며
이번 Tech Week 2024의 주제가 'Global all-engineer collaboration forum'이었던 만큼 세계 각지에서 모인 여러 동료들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었습니다. 특히나 해커톤 기간 동안에는 개방된 공간에 다 같이 모여 작업하다 보니 단순히 결과뿐 아니라 결과에 이르는 협업 과정까지 전부 보고 듣고 경험할 수 있었는데요.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동료들과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서로의 가치관이 반영된 아이디어를 나누고, 이런 아이디어를 기술과 결합해 완성해 나가는 5일간의 여정은 여러모로 뜻깊었습니다. 많은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었고, 밤낮 가리지 않고 개발에 참여하면서 다시 한번 개발에 큰 흥미가 생기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마지막 발표날에는 부스를 돌아다니며 완성된 결과물을 직접 체험해 볼 수 있었습니다. 전시 현장은 크리에이터들의 긍정적인 에너지로 가득했습니다. iOS ARKit의 바디 트래킹 기술을 활용해 장애물을 피하는 AR 게임부터 배뇨를 예측하는 웨어러블 디바이스까지, 대회의 형식이지만 날선 경쟁의 분위기보다는 일상 속의 불편함을 해결하거나 세상에 없는 기발함으로 새로운 표준(new-norm)을 제시함으로써 모두 함께 더 나은 세상을 만들겠다는 열정과 책임 의식이 느껴졌습니다.
Tech Week 참여 경험을 통해 얻은 교훈과 영감을 바탕으로 앞으로도 더욱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LY 서비스를 만들어 나가고 싶습니다. 다음에 또 만나요, 해커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