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LINE Plus ABC Studio 기획자 한영주입니다. 저는 일본 최대 규모의 배달 서비스인 데마에칸(Demaecan, 出前館) 앱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배달 서비스와 마찬가지로 현재 데마에칸의 주요 수입원도 주문 수수료와 배달 수수료입니다. 저희는 신규 수익원을 창출하기 위해 고민했고, 데마에칸이 하루 평균 수십만 건 이상의 주문이 발생하는 대규모 트래픽을 보유한 서비스라는 장점을 활용해 광고를 도입하는 것이 가장 좋은 후보라고 판단했습 니다.
그동안 데마에칸은 가맹점(예: 음식점) 광고만 진행하고 있었는데요. 위 결정에 따라 음악이나 VOD, 건강 보조 식품, 부동산 광고 등과 같은 가맹점과 무관한 광고를 확보하기 위해 외부 광고 플랫폼 회사와 협력해 광고 상품을 출시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광고를 어디에 어떻게 표시해야 배달 서비스와 전혀 관련 없는 광고가 나오더라도 사용자들이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 또한 요즘의 인터넷 광고는 무작위로 아무에게나 아무 광고나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의 개인 정보와 행동 패턴에 기반해 적절한 광고를 골라 제시하는 방법을 사용하는데요. 이와 같은 타겟팅 광고가 과연 얼마나 효과가 있는 것일까요?
광고 표시 형식 결정하기
광고 표시 형식은 프로덕트에 광고를 추가해야 하는 기획자라면 누구나 고민하게 되는 주제입니다. 사용성과 광고 매출 둘 다 매우 중요하지만 일반적으로 둘은 반비례 관계에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팝업 형식의 광고를 넣으면 눈에 잘 띄어 클릭률은 높아지겠지만, 서비스의 본 기능을 사용하는 데 불편함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반면, 배너 형식의 광고는 팝업 광고에 비해 클릭률은 떨어지지만 사용자의 거부감은 덜합니다. 이와 관련해 광고 회사의 주장에 따르면, 팝업 형식이 배너 형식에 비해 eCPM(effective Cost Per Mille; 광고 1000번 노출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광고 단가를 의미)이 2~3배 이상 높다고 합니다.
저 또한 높은 광고 매출 달성에 욕심이 있었지만 사용성을 저해하면서까지 광고를 보여주는 것은 원치 않았습니다. 광고 거부감으로 인한 서비스 이탈이 더 큰 손해라고 생각했기 때문인데요. 고민 끝에 배 너 형식이지만 광고 지면을 늘려 충분한 광고 노출 수를 확보한다면 목표 매출을 달성할 수 있겠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광고를 어디에 노출하는 것이 좋을까?
데마에칸 서비스의 사용 흐름은 아래 그림과 같습니다. 저희는 아래와 같이 데마에칸의 다양한 서비스 화면 중 어디에 광고를 노출할지 광고 위치를 선정하기 위해 고민했습니다.
1. 주문 완료 화면
광고 노출 위치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가장 고민한 부분은 주문 동선을 방해하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광고 매출도 중요하지만, 데마에칸 서비스의 목적인 음식 주문에 방해가 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가장 먼저 선택한 화면은 주문 완료 화면입니다. 기존에는 주문 완료 화면에서 다른 가맹점을 추천하고 있었는데 효과는 거의 없었습니다. 생각해 보면 당연한 결과입니다. 방금 짜장면을 주문한 사람이 초밥을 보고 또 주문하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과감하게 다른 가맹점 추천을 제거하고, 해당 영역에 광고를 넣었습니다.
이커머스에서 결제 직후 물건을 기다리는 타이밍을 'Happy Moment'라고 하는데요. 일반적으로 이 시간에는 사용자가 광고에 더 관대해진다고 합니다. 저도 좋아하는 음식을 기다리는 시간은 그 어느 때보다 설레는데요. '행복하게 기다리는 동안 광고나 보고 올까?'라는 시나리오가 통하는 것이죠.
2. 주문 현황 화면
주문 완료 화면의 광고만으로 광고 수익 목표를 달성하기에는 임프레션(impression, 광고가 화면에 노출되는 수)이 부족했습니다. 따라서 광고를 넣을 다른 지면을 고민했고, 다음 세 후보가 있었습니다.
- 리뷰 작성 완료 화면 : 리뷰 작성률이 낮아 제외
- 주문 완료 메일 : 메일을 확인하는 비중이 적어 제외
- 주문 현황 화면 : 주문한 사용자 중 60%가 주문 현황 페이지를 조회하고, 화면을 조회하는 사용자는 평균 1.7번 조회
위와 같은 이유로 주문 현황 화면을 광고 지면으로 선택했습니다. 주문 동선을 방해하지 않는 화면이면서 사용자가 관심 있게 보는 화면이기에 임프레션도 충분히 확보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주문 현황 화면에서 광고를 넣을 위치를 찾기가 어려웠습니다. 아래 그림처럼 주문 현황을 확인할 때 가장 중요한 세 가지 요소(지도, 배송 예정 시간, 주문 상태)를 보여주고 나서 남은 하단에 광고를 넣으니 노출 공간이 부족해 스크롤을 해야만 광고를 볼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광고가 한 화면에 전부 노출되는지는 광 고 성과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입니다. 그래서 아래와 같이 화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던 지도를 2/3 크기로 축소했습니다.
지도를 축소한 후 지도를 줄여 광고가 한 화면에 전부 보이는 그룹과 그렇지 않은 그룹으로 나눠 A/B 테스트를 진행했습니다. 이 테스트를 통해 확인하고자 한 것은 다음 두 가지입니다.
- 지도 크기 축소에 따른 사용자 VOC(voice of customer) 여부
- 광고가 한 화면에 전부 노출되는지 아닌지에 따른 매출 차이
3주간 A/B 테스트를 진행한 결과 지도 크기를 줄여 한 화면에 광고가 모두 표시되는 그룹에서 클릭 수와 매출이 모두 두 배 이상 늘어나는 성과를 보여줬습니다. 또한 다행히도 지도 크기에 대한 VOC는 한 건도 접수되지 않았습니다. 사용자는 생각보다 지도 크기의 변화에 민감하지 않았습니다.
광고 매출 극대화 전략
우선 데마에칸과 연동한 광고 플랫폼의 작동 방식을 간략하게 설명드리겠습니다. 저희가 협업한 외부 광고 회사는 'AD Exchange'라고도 부릅니다. AD Exchange는 여러 웹사이트의 광고 인벤토리를 한데 모아 광고주에게 판매하는 플랫폼입니다. 여기서 광고주는 실시간 경쟁 입찰을 통해 자신에게 가장 적절한 광고 인벤토리를 구매할 수 있고, 광고 지면을 판매하는 회사로부터 사용자 데이터를 받아 사용자에게 가장 알맞은 광고를 매칭할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은 구조에서 데마에칸이 광고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방법은 두 가지가 있습니다.
- 임프레션을 늘려 더 많은 사용자가 광고를 보게 한다.
- eCPM인 광고 단가를 올린다.
1번의 경우 현재 주문 현황 및 완료 화면에 광고가 노출되기 때문에 화면 자체의 노출 수는 주문 수와 비례해서 늘어날 뿐 임의로 늘릴 수 없고, 그렇다고 해당 화면에 광고 인벤토리 자체를 무분별하게 늘리면 사용자의 거부감이 커질 것이기 때문에 임프레션을 늘리는 방법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따라서 저희는 2번 방안인 광고 단가를 올리는 것에 주력했는데요. 그렇다면 광고 단가는 어떻게 올릴 수 있을까요? 방법은 간단합니다. 데마에칸이 다른 광고 지면에 비해 더 광고 효과가 좋다면 광고주들이 너도 나도 데마에칸에서 광고하기를 희망할 것이고, 그러면 자연히 광고비 입찰 가격이 높아질 것입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광고 효과가 좋아질까요? 광고비는 CPC(cost per click) 방식으로 산정되는데요. 광고주 입장에서는 의미 없는 클릭수가 늘어나기보다는 실제로 광고 상품을 구매하는 사용자가 클릭해 주는 것이 좋겠죠.
그래서 저희는 사용자 타겟팅 광고를 강화했습니다. 또한 이에 더해 디자인 관점에서도 최적화된 방법을 찾기 위해 많은 시행착오를 거쳤습니다. 그 과정을 예시와 함께 자세히 설명하겠습니다.
성공적이지 않은 첫 광고 출시
서두에 설명드렸던 것과 같이 데마에칸에서 가맹점과 관련 없는 광고를 노출하는 것은 처음 시도하는 것이었습니다. 따라서 첫 출시의 목적은 일단 빠르게 출시해 PoC(proof of concept)를 해보는 것이었고, 이에 따라 데마에칸 사용자 정보를 광고에 활용하지 않고 일단 2024년 5월에 빠르게 출시했습니다.
그런데 결과는 좋지 않았습니다. 광고를 처음 출시한 일주일간은 높은 eCPM을 유지했지만, 사용자 타겟팅 광고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의미 없는 클릭만 발생할 뿐 광고 상품 구매로 이어지지는 않았습니다. 아래 그래프에서 볼 수 있듯 광고 매출과 eCPM은 출시 후 급락했으며, 특히 eCPM은 초기 수준의 1/5로 감소했습니다.
사용자 타겟팅 광고로 eCPM 올리기
저희는 사용자 타겟팅 광고의 중요성을 인식했고, eCPM을 올리기 위해 데마에칸의 사용자 정보를 암호화해 광고 플랫폼에 전송하기 시작했습니다.
사용자 정보로는 성별, 생년월일, 주소 정보를 사용하며, 데마에칸에서 주문한 음식 정보도 사용자의 성향을 파악하는 데 활용합니다. 이와 같은 정보는 AI 학습 과정을 거쳐 사용자 맞춤형 광고를 선별하는 데 사용됩니다. 쉽게 설명드리면, 연령과 거주 지역에 따라 다른 광고를 노출하는 것입니다. 아래 예시로 살펴보시죠.
그 결과 광고 매출과 eCPM은 드라마틱하게 개선돼 2개월 후인 8월 말에는 광고 초기보다 더 높은 eCPM을 기록할 수 있었 습니다. 특히 가장 많은 광고 매출이 발생한 9월에는 내부적으로 설정한 광고 목표 매출의 5배 이상을 달성할 수 있었습니다.
여기서 9월의 광고 매출이 더욱 기쁜 이유는, 계절적인 특성으로 8월보다 9월에 배달 주문 수가 감소했음에도 광고 매출은 더 증가했기 때문입니다. 참고로 무더운 8월에는 집에서 배달을 시켜 먹는 사람들이 많아지지만, 날씨가 좋은 9월에는 집 밖으로 나가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배달 수요가 감소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즉, 광고 매출이 주문 수에 의존적이지 않다는 것인데요. 이는 데마에칸에서 광고 사업을 더 매력적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광고 UI/UX 개선으로 eCPM 올리기
위에서 설명드린 eCPM의 증가는 사용자 타겟팅만의 효과는 아니었습니다. 광고 디자인을 개선해 사용성을 높인 부분도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구체적인 예시와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1. 광고주 연결 브라우저 변경
기존에는 데마에칸에서 광고를 클릭하면 인앱(in-app) 브라우저로 광고주 웹으로 이동했는데 이를 외부 브라우저로 변경했습니다. 이렇게 변경하면 광고를 보고 실제로 물건이나 서비스를 구매하는 확률을 높일 수 있습니다. 자신이 익숙한 외부 브라우저로(예: Chrome, Safari)로 광고를 보면 더욱 편하게 내용을 확인하며 즐겨찾기 등의 추가 기능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인앱 브라우저에서 광고를 보면 배송 상태 등이 궁금해 져 앱에서 광고주 사이트를 이탈하는 경우가 있는데요. 외부 브라우저로 변경하면 이런 현상도 방지할 수 있습니다.
2. 광고 디자인 개선
광고 디자인 자체 개선도 eCPM 향상에 크게 기여했습니다. 아래와 같이 글꼴 크기 확대 및 제목 추가, 광고 텍스트 형식 변경 등의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구체적으로 위 그림의 파란색 영역처럼 광고 본문에 인덱스를 추가해 사용자가 한눈에 광고 혜택을 알아차릴 수 있도록 가독성을 높였습니다. 또한 그 아래에 '다음 광고 보기 버튼'을 추가했는데요. 특히 이 버튼이 전환율 향상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이 버튼은 사용자가 이 광고에 '관심 없음'을 의미하는데 해당 버튼을 클릭하면 다른 광고를 보게 되면서 사용자가 관심 있는 광고를 더 쉽게 선택할 수 있게 되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광고에 텍스트만 있고 이미지가 포함되지 않은 이유가 궁금하신 분들이 있을 것 같습니다. 이유는 광고의 크기를 늘리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해당 화면의 주된 목적은 '주문이 완료되었음'을 알리고 배송 예정 시간을 확인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광고가 화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해 화면의 주된 목적이 흐려지는 것을 방지하고자 했습니다. 또한 이미지의 유무에 따른 광고 효과의 차이가 크지 않다는 데이터에 기반한 근거도 있었습니다.
마치며
이번 작업은 광고 매출과 사용성,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기 위해서 치열하게 고민하고, 가정하고, 수치로 증명하는 과정의 연속이었습니다.
가장 고민한 부분은 '광고와 서비스가 시너지를 낼 수 있을까?'였습니다. 사용자 입장에서 광고는 귀찮은 존재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기왕 광고를 노출해야 한다면 사용자에게 도움이 되는 광고를 제공함으로써 기다리는 시간을 즐겁게 만들고 싶었습니다. 또한 사용자의 선호도를 고려하지 않은 일방적인 예전의 광고 방식에 비해, 사용자의 취향을 고려한 광고 소비는 자연스러운 서비스의 일부분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광고로 인한 사용자 VOC는 없을지 여전히 긴장하고 있는데요. 다행히 아직까지는 접수되지 않았습니다. 성공적인 광고 매출을 달성하기까지 사업, 개발, 디자인, QA 등 많은 관계자분들의 협력과 지원을 받았습니다. 이 글을 통해 한 번 더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서비스에 광고를 도입하고자 고민하고 계신 분들께 제 글이 좋은 참고가 되기를 바라며 이만 마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