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Y Corporation Tech Blog

LY Corporation과 LY Corporation Group(LINE Plus, LINE Taiwan and LINE Vietnam)의 기술과 개발 문화를 알립니다.

P-Canvas, 팀을 이해하기 위한 엔지니어링 기법

매니징도 엔지니어링이 가능할까?

안녕하세요. ABC Studio에서 ABC Platform 팀을 맡고 있는 송재욱입니다.

저희 팀에서는 '재생산 비용을 낮추는 행위'를 엔지니어링으로 정의합니다. 예를 들어 누군가 먼저 해결한 문제를 다른 사람이 다시 겪었을 때 먼저 적용한 방법으로 쉽게 해결했다면, 이는 엔지니어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똑같은 문제에 또 골머리를 앓지 않고 본질적인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만들어 재생산 비용을 낮췄기 때문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소위 개발자들의 전유물로 여기던 엔지니어링을 바라보면 '기획 엔지니어링'이나 '디자인 엔지니어링'도 가능해지며, 더 나아가 리드가 수행하는 관계나 감정, 케어와 같은 업무 또한 '매니징 엔지니어링'으로 시스템화할 수 있는 영역이 될 수 있습니다. 멤버가 정말로 안녕한 것인지 파악하는 등 사람을 이해하기 위한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마주치는 복잡한 상황들을 체계화해 재사용 가능한 프레임워크로 만들어 매번 같은 고민을 하지 않도록 만드는 것, 이것이 바로 '매니징 엔지니어링'이라고 생각하며, P-Canvas는 이와 같은 시도의 결과물이자 팀을 이해하기 위한 엔지니어링 기법입니다.

참고로 이 글에서 소개하는 P-Canvas는 LINE+의 전사적인 제도가 아니라 ABC Platform 팀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자체적으로 만든 매니징 기법입니다.

매니징의 어려움을 깨달은 배경

자율과 방임은 한끗 차이

ABC Platform 팀이 처음 구성되고 제가 리드를 맡았을 때 저는 팀의 정체성을 명확히 정의해 가시화하는 방식으로 팀이 존재해야 할 당위성을 팀 내외로 공유했습니다. 또한 리드의 주요 역할 중 하나는 업무 프로세스를 단순화해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해 여기에 중점을 두고 리드 역할을 수행했으며, 팀의 지속 가능성은 멤버의 성장과 성과를 증명하는 것에 달려 있다고 판단했기에 자율성을 그 무엇보다 중요한 핵심 가치로 여겼습니다. 이와 같은 고민과 팀 셋업 과정을 정리해 이 블로그에 포스팅하기도 했고요(참고: 플랫폼 팀의 1년, 일본 최대 규모의 배달 서비스에 안착하기까지).

저는 이와 같이 제가 생각하기에 팀이 잘 운영되기 위한 주요 역할을 잘 수행했기 때문에 '이제 멤버들이 스스로 성과를 만들어 갈 것'이라고 안심했는데요. 이는 위험한 생각이었습니다. 곧 팀원들의 불만이 조금씩 쌓여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자칫 저는 자율성을 중요시한다는 명목 하에 팀원을 방임할 뻔 했습니다.

1on1 미팅을 보다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일반적으로 1on1 미팅은 멤버 주도로 진행하도록 가이드하는데요. 현실에서는 그렇게 작동하기 어려운 경우가 종종 발생합니다. 바쁜 업무 등 여러 가지 사정으로 제때 1on1 미팅을 요청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고, 미팅을 하더라도 대화 주제가 명확하지 않아 이것저것 생각나는 대로 얘기하다 끝나는 경우도 있었으며, 멤버 주도가 아닌 리드 주도로 대화가 흐르는 경우도 종종 발생했습니다. 때때로 미팅의 결론이 '열심히 잘 해보자'라는 추상적 격려로 귀결되면서 리드의 입장에서 좋은 시스템을 보다 효과적으로 활용하지 못했다는 자책감이 드는 경우도 있었고요.

저는 1on1 미팅을 더욱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저희 팀의 특성에 맞게 시스템을 개선할 수 없을까 고민했습니다. 개발자가 버그를 패치하듯 매니징에도 저희 팀에 맞는 패치를 적용해 보자고 결심했고, 그 결과 고안해 낸 것이 바로 'P-Canvas'입니다.

P-Canvas 소개

P-Canvas는 개인의 성장과 현재 상태를 한 장의 캔버스에 담아 시각화하는 매니징 프레임워크입니다. 평가가 아닌 성장 기록에 초점을 맞춰, 리드와 멤버가 함께 의미 있는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설계했습니다. 5개월 단위로 매달 한 번씩 아래 양식을 멤버가 직접 채워 넣은 뒤 이를 기반으로 리드와 1on1 미팅을 진행하는 방식으로 운영합니다(자세한 사항은 아래 'P-Canvas 설계'와 'P-Canvas 도입 및 운영 방식과 운영 중 지켜야 할 원칙' 섹션에서 말씀드리겠습니다).

p-canvas

P-Canvas의 양식은 크게 4가지 영역으로 구성됩니다.

  • 왼쪽에 배치된 세 개의 좌표계는 멤버의 현재 위치와 성장 방향을 직관적으로 보여줍니다. 소통의 적극성, 성장과 성과의 상호 관계와 방향, 안정 과제와 도전 과제에 대한 감정적 상태를 각각 2차원 평면에 표시합니다.
  • 오른쪽에 배치된 척도형 지표들은 업무 비중과 그에 따른 참여도와 만족도, 동기 부여, 완전한 솔직함의 상태를 측정합니다.
  • 왼쪽 아래에 위치한 헥사곤 스킬 차트는 P-Canvas에서 가장 중요한 항목 중 하나입니다. 육각형의 위에 위치한 '커뮤니케이션'과 '플랫폼에서 일 잘하는 10가지'는 ABC Platform 팀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항목입니다. 중간에 위치한 '직무 전문성'과 '업무 완결성'은 개인의 역량과 성과에 초점을 둔 항목입니다. 아래에 위치한 '지식의 일반화'와 '문화 기여도'는 ABC Platform 팀의 상위 조직인 ABC Studio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항목입니다. 팀과 개인, 상위 조직의 세 가지 관점에서 각각 중요하게 여기는 항목을 두 개씩 배치해서 개인의 강점과 개선점을 종합적으로 시각화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 아래에 위치한 텍스트 영역은 다른 지표에서 표현하지 못한 주제들, 개인의 자유로운 회고와 앞으로의 목표, 리드와 나누고 싶은 이야기 등을 작성할 수 있도록 마련돼 있습니다.

P-Canvas의 장점은 꾸준히 반복하며 변화량을 추적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매월 같은 양식을 작성하면서 각 지표의 변화를 관찰하고 변화의 원인을 함께 탐색할 수 있다는 점이 매우 중요합니다. 점수 자체보다는 '왜 이 부분이 이렇게 변했을까?'라는 질문에서 시작되는 대화가 중요한데요. 이 대화가 서로를 이해하는 출발점이 되기 때문입니다.

P-Canvas 활용 예시: Allen의 변화 추적

P-Canvas를 자세히 살펴보기 전에 P-Canvas를 어떤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는지 먼저 살펴보겠습니다. 아래는 이해를 돕기 위해 설정해 본 사례로, 가상의 Allen이라는 멤버의 5개월간의 변화를 추적한 P-Canvas입니다(P-Canvas 아래에 위치한 텍스트 항목들은 입력 자유도가 높고 상황별로 배경과 해석이 필요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여기서는 제외하겠습니다).

P-Canvas sample

이 P-Canvas와 함께 어떻게 멤버의 문제를 도출해 해결책을 찾을 수 있었는지 단계별로 살펴보겠습니다.

문제 도출: 1on1 미팅에서 데이터로 말문 열기

Allen의 데이터를 보면 흥미로운 패턴이 나타납니다. 1~2회차 때에는 전반적으로 안정적인 상태를 보이다가 3회차에서 갑자기 업무 만족도와 자기 동기가 눈에 띄게 하락했습니다. 커뮤니케이션 수준이 떨어진 것도 눈에 띄며 동시에 완전한 솔직함 지표는 오히려 상승했다고 나타났습니다.

이렇듯 급격히 변하거나 특정 지표들이 서로 상반된 방향으로 변화하는 것은 리드가 주목해야 할 신호입니다. 이런 변화는 Allen이 업무 협업 과정에서 커뮤니케이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신호일 가능성이 높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솔직한 자세로 임했지만 안타깝게도 제대로 일이 진행되지 않았다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업무 만족도와 동기가 떨어진 것은 이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따라서 이럴 때에는 P-Canvas 3회차 1on1 미팅에서 이 변화를 이야기하는 것으로 대화의 물꼬를 터보는 것이 좋습니다.

  • 리드: "Allen, 이번 달 P-Canvas를 보니까 눈에 띄는 패턴이 보이네요. 업무 만족도나 동기가 많이 떨어졌고, 커뮤니케이션이 부족했다고 나오는데요. 반대로 솔직함 점수는 올랐어요.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인지 궁금해요."
  • Allen: "아, 사실 지금 진행 중인 프로젝트의 이해 관계자들과의 협업에 곤란한 상황이 있습니다. (곤란한 상황이 발생한 배경과 이유, 과정, 충돌, 고민 등과 관련된 대화를 이어간 후) 그래서 이번에 P-Canvas에 그런 점들이 반영되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위와 같이 시각화 데이터를 바탕으로 대화를 시작한 덕분에 Allen이 자신의 상황과 감정을 구체적으로 표현하도록 이끌어 낼 수 있었습니다. 숨어 있던 문제가 도출된 것이죠.

대응: 도출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공감과 협력

P-Canvas는 문제를 발견하는 것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멤버의 문제에 충분히 공감한 뒤 원인을 파악하고 해법을 찾기 위해 협력하는 데에도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P-Canvas를 기반으로 각 지표의 변화를 관찰해 업무 프로세스에 문제가 있던 것인지 아니면 조직의 R&R이 불명확했던 것인지 혹은 일하는 문화에 차이가 있었던 것인지 등 충돌의 원인이 무엇인지 파악한 뒤 적절한 해결책을 도출하고 실행합니다. 예를 들어 일하는 문화에 차이가 있어 이해 관계자들과 충돌했다면 중간에서 올바른 방향으로 잘 중재하고 조정해 줘야 합니다. 때에 따라서는 적극적으로 상황에 개입해 문제를 해결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위와 같은 상황에서의 문제에는 대부분 정답이 없습니다. 이런 점이 리드로서 곤란한 점인데요. 이때 어떤 태도와 해결 방식을 취할지는 리드의 리더십 성향과 역량에 의존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멤버의 사기가 떨어지지 않도록 잘 설득하면서 한편으로는 서비스에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방향으로 안내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추적: 회복과 성장

P-Canvas를 도입해 리드가 기대하는 최고의 상황은 멤버가 회복하고 성장하는 것입니다. 앞서 사례로 든 Allen의 경우 3회차에서 문제점을 파악하고 공감한 덕분에 4회차에서는 함께 회복하고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 리드: "Allen, 이번 달 P-Canvas는 많이 회복된 모습이네요! 뭔가 변화가 생겼나요?"
  • Allen: "네, 도와주신 덕분에 이해 관계자들의 입장을 잘 이해할 수 있었고, 동기부여가 되었어요."

물론 이번 사례와 같이 빠르게 해결되지 않는 문제도 있을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몇 달이고 숙제로 안고 계속 대화하며 추적해 끝내 회복과 성장의 길목으로 들어설 수 있도록 안내해야 합니다.

P-Canvas가 만든 변화

이 사례에서 P-Canvas가 한 역할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구분P-Canvas 도입 전P-Canvas 도입 후
문제 인식문제와 불만이 장기간 누적됨정기적인 P-Canvas로 조기에 지표 변화 신호를 감지
대화 방식추상적이고 형식적인 대화(예: '열심히 해보자')데이터 기반의 구체적인 대화
원인 파악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을 찾기 어렵거나 파악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림데이터 변화량에 근거한 1on1 미팅을 통해 문제의 본질을 빠르게 탐색
대응 속도문제가 심화된 후 지연 대응회복을 위한 신속한 개입과 협력
결과불만 장기화, 동기 저하, 성과 악화회복 가속, 동기 강화, 성과 개선
  • 조기 신호 감지: 눈에 띄는 데이터나 지표 변화 패턴을 통해 문제를 조기에 발견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예방적 관리가 가능합니다.
  • 구체적 대화 시작: "어떻게 지내세요?" 대신에 "이 데이터와 패턴이 어떻게 나온 것인지 궁금해요"와 같이 데이터에 기반해 대화가 보다 구체적으로 진행되도록 유도할 수 있습니다.
  • 해결책 공동 탐색: 멤버가 원하는 방향을 명확히 파악하고 함께 대응할 수 있습니다.
  • 변화 추적: 회복과 성장 과정을 지켜보며 무엇이 효과적이었는지 배울 수 있고, 그 과정을 추적 및 관찰할 수 있습니다.

만약 P-Canvas 없이 기존의 잘못된 1on1 미팅 방식을 고수했다면 Allen의 불만족은 더 오래 누적되며 더 큰 문제로 발전할 수도 있었습니다. 혹은 설령 문제를 파악했더라도 구체적으로 어떤 지원이 필요한지 체계적으로 접근하기는 어려웠을지도 모릅니다. P-Canvas를 사이에 두고 대화한 덕분에 '감정적 불만'과 '이해 충돌 지점'과 같은 본질적인 문제를 발견할 수 있었고, 함께 적절한 해결책을 함께 찾을 수 있었습니다.

P-Canvas 설계

이제 P-Canvas를 왜 이와 같은 형태와 구성으로 설계했는지 말씀드리겠습니다.

설계 원리

P-Canvas를 설계할 때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업무상 욕구를 균형있게 반영하는 것입니다. 사람은 스스로 결정하고 주도하고 싶어하고, 자신이 성장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기를 원하며, 동시에 다른 사람들과 연결돼 있다는 안정감을 추구합니다. 이 세 가지 욕구가 P-Canvas의 각 영역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있습니다. 자율성은 업무 만족도와 자기 동기, 프로젝트 참여도 같은 영역에서 측정됩니다. 성장에 대한 욕구는 새로운 배움에 대한 갈증과 숙련도 변화, 학습 활동 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고, 관계에 대한 욕구는 동료 돕기와 소통 능력, 협업 기여도에서 나타납니다.

또 다른 중요한 설계 의도는 변화와 성장 과정에 집중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절대적인 점수나 등급보다는 '지난달과 비교해서 어떻게 달라졌는가?', '무엇이 이런 변화를 만들었는가?'에 더 관심을 갖도록 구성합니다. 이렇게 해야 멤버들이 현재의 부족함을 인정하면서도 성장 가능성에 집중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표 분석

지표 유형참고 예시특징
2차원 좌표계2차원 좌표계지표 속성
  • 두 개의 독립적인 축으로 복합적인 상태를 표현
  • 사분면을 이용해 상태를 세밀하게 분류 가능
  • 점수로는 표현 불가한 뉘앙스 포착
관찰 요소 및 효과
  • 이전 수치와의 차이 크기에 따른 상태 감지
  • 변화의 방향에 따른 맥락 이해
  • 사분면에서의 위치에 내포된 특성에 따른 의미 해석
  • 회차별로 수치가 변화해 가는 궤적을 분석해 변화 패턴 파악
1차원 비교 좌표계1차원 비교 좌표계지표 속성
  • 두 개의 비교/대립 항목에 대한 상대적 위치와 의지 또는 감정 파악
  • 단순한 점수가 아닌 관계성과 움직임을 포착
관찰 요소 및 효과
  • 개인의 성장 의지와 성과 지향점 파악
  • 마킹 간격과 비교를 통해 마음 상태 가시화
막대형 지표막대형 지표지표 속성
  • 수치를 직관적이고 명확하게 표현
  • 변화량 추적과 가시화에 용이
  • 1점 단위로 세밀하게 표현 가능
관찰 요소 및 효과
  • 임계점 설정으로 신호 조기 감지
  • 구체적인 목표 수치 설정
  • 목표 달성도 측정
  • 멤버별로 안전 구간을 합의하고 이를 벗어날 때 감지
포트폴리오 구성포트폴리오 구성지표 속성
  • 전체 대비 각 요소의 비중/비율 표현
  • 균형과 집중도 파악
  • 배분 현황 시각화
관찰 요소 및 효과
  • 집중과 균형의 바람을 시각화
  • 커리어 패스에 따른 업무 비중 조정 계획
  • 'AS-IS'와 'Hope-so'를 구분해 강점 영역과 의도를 명확히 파악
헥사곤 스킬헥사곤 스킬지표 속성
  • 다면적 역량의 종합적 표현
  • 강점과 약점 시각화
  • 개인, 팀, 조직의 관점을 균형있게 포착
관찰 요소 및 효과
  • 개인별 맞춤 성장 계획 수립
  • 팀 내 역할 분담 최적화 (e.g., A는 기술, B는 소통 담당)
  • 확보 면적에 따른 효과적인 코칭 가능
  • 점, 선, 면이 담지 못하는 정성적 정보 포착
텍스트텍스트지표 속성
  • 점, 선, 면이 담지 못하는 정성적 정보 포착
  • 자유 서술을 통한 주관적 해석과 의도 표현
  • 개인의 고유 언어와 관점을 자유도 높게 기술
관찰 요소 및 효과
  • 구체적 서술의 수준
  • 언어 패턴의 변화
  • 지표에서 담지 못한 이야기 전개

개인화 캔버스로 진화

앞서 말씀드렸듯 P-Canvas는 5개월 단위로 운영되며, 첫 번째 5개월 사이클에서는 모든 멤버에게 동일한 표준 지표로 설정한 P-Canvas를 제공합니다. 같은 기준으로 작성하면 팀 전체의 경향을 파악할 수 있고, 점차 각 팀원의 차이점이 명확하게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한 번 진행하면 학습 효과를 통해 개인별 상황과 성향에 따라 더 의미있는 지표들이 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에 따라 두 번째 사이클에서는 각 멤버별로 지표를 개인화합니다. 아래는 두 번째 사이클에서 개인화 항목을 추가한 예시입니다.

개인화 캔버스 예시

저희 팀은 현재 각 멤버의 개별 상황에 맞게 지표를 개인화해서 맞춤형 P-Canvas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커뮤니케이션의 밀도를 높이길 바라는 멤버에게는 소통 관련 지표를 더 세분화해 추가하고, 기술적 성장에 집중하기를 바라는 멤버에게는 학습과 역량 개발 관련 지표를 강화 반영했습니다. 개인의 성장을 넘어 동료의 성장을 이끄는 리더십 항목으로써 동료 돕기나 동료의 업무 가치 향상 기여도 같은 지표를 추가하기도 합니다. 또한 지표는 추가만 하는 것이 아니라 삭제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꾸준히 높은 수준의 신뢰도를 달성한 지표는 과감히 졸업합니다.

P-Canvas 도입 및 운영 방식과 운영 중 지켜야 할 원칙

다음으로 P-Canvas를 도입하는 절차와 운영할 때 지켜야 할 원칙을 말씀드리겠습니다.

도입 절차

P-Canvas를 조직에 도입할 때에는 다음과 같은 절차로 진행하는 게 좋습니다.

도입 절차

1. 준비 단계

도입하기 전에 캔버스를 어떻게 구성해 어떤 지표로 채울지 결정하고, 작성 방식과 작성 주기를 결정합니다.

  • 캔버스: 각 팀별로 각자의 상황에 맞는 캔버스를 준비합니다. 제가 이 글에서 제시한 캔버스를 그대로 사용하셔도 좋습니다. 최소한 첫 번째 마일스톤까지는 멤버별로 지표를 개인화하거나 세분화하지 말고 모두가 표준화된 동일 지표를 사용하는 것을 권장합니다. 이를 통해 멤버별로 어떤 차이가 어떻게 발생하는지 비교 분석할 수 있고, 각 지표의 효용성을 가늠해 볼 수 있습니다.
  • 지표 유형: 서술보다는 점과 선으로 표현할 수 있는 단순한 유형이 좋습니다. 작성하기 위해 너무 긴 시간을 할애하지 않도록 설정해야 서로 부담을 줄일 수 있으며, 멤버가 자신의 상태를 들여다보는 데 집중하도록 만들 수 있습니다.
  • 작성 방식: 처음에는 실제 종이를 준비해 오프라인에서 작성하는 게 좋습니다. 서로 대면해 함께 캔버스를 살펴보고, 작성 이후에는 1on1 미팅을 하기 위함입니다. 현재는 온라인 입력 방식으로 바꿨고, 멤버별로 유연한 형태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온라인 작성의 장점은 이전 작성 내역을 손쉽게 확인하며 현재 상태와 비교할 수 있다는 것이고, 작성하기 쉽다는 것입니다.
  • 작성 주기: 매달 4번째 수요일 같은 형태로 정하면 좋습니다. 월말 즈음으로 설정하면 그 달을 회고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어서 좋고, 월말까지 시간 여유가 있어서 자유도가 확보되기 때문입니다.

2. 시범 운영 단계

처음 실행할 때에는 오프라인으로 모이시길 바랍니다. 다같이 모인 자리에서 리드는 P-Canvas의 의도와 목적을 잘 설명해야 합니다(P-Canvas를 운영하는 방법은 아래 '운영 방식' 섹션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설명을 마친 뒤에는 준비한 P-Canvas를 30분간 작성하도록 한 뒤 이후 1on1 미팅까지 모두 해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1on1 미팅에서 각 지표에 대한 멤버들의 생각과 P-Canvas를 할 때의 소감을 물어보고, 팀 성격에 맞게 P-Canvas를 조정해 봅니다.

어떤 멤버는 이것이 또 하나의 평가 절차라고 오해할지도 모릅니다. 그럴 때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반드시 명확히 알려줘야 하며, 필요하다면 이 블로그 글을 읽어보도록 안내하셔도 좋습니다. 저는 별도로 발표 자료를 준비해서 P-Canvas를 해야 하는 이유를 공유하고 설득했습니다.

3. 전면 도입 단계

P-Canvas의 의도와 목적을 모두 이해했고 사용할 표준 지표도 결정됐다면, 본격적으로 이후 4개월간 매달 한 번씩 진행하며 5개월 차 마일스톤 단계까지 마무리해 보시길 바랍니다. 진행하면서 이슈가 발생했을 때에는 리드의 대응이 중요합니다. 리드도 공부하고 노력하며 성장하고 있음을 보여줄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단기간에 큰 변화를 기대할 수는 없습니다. 당장에 별다른 변화가 없다고 중간에 관두지 말고 끝까지 꾸준히 해내는 지구력이 필요합니다. 무엇보다 리드가 지치면 모두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 없으니, 컨디션 조절을 잘 해가면서 멤버와 교감을 쌓아가며 이로운 방향으로 계속 전진하시길 바랍니다.

4. 마일스톤 단계

축하합니다. 첫 번째 마일스톤에 도착했습니다. 그동안 P-Canvas와 1on1 미팅을 통해서 멤버별 상황과 특성을 이해했을 텐데요. 이를 기반으로 전체적으로 회고를 진행합니다.

두 번째 마일스톤을 향해 갈 때에는 개인별 맞춤 캔버스를 사용할 수 있으니 개인의 성장을 위해 추가로 추적할 항목을 합의해 선정합니다. 동시에 각 멤버별로 앞으로 큰 변화 없이 잘 유지될 것이라는 충분한 신뢰를 쌓은 지표는 과감히 제거합니다. 이렇게 제거하는 행위는 또 다른 단계로 나아가는 의미로 다가올 수 있기 때문에 기분 좋은 마무리가 될 수 있습니다. 그동안 메타 헬퍼로 서로가 서로에게 이로운 작용을 해왔기 때문에 리드로서도 회고 자리에서 할 말이 많을 텐데요. 멤버들과 함께 나누길 바랍니다.

운영 방식

P-Canvas는 다음과 같이 운영합니다.

운영 방식

  • 캔버스 준비: 리드는 멤버에 대해 알고 싶은 것들을 표준화해 캔버스를 만듭니다. 이때 각 지표는 앞서 말씀드린 P-Canvas 설계 원리를 참고해 단순하게 구성하는 게 좋습니다.
  • 셀프 스캔: 멤버는 스스로를 돌아보며 P-Canvas에 답변합니다. 최소 30분 정도 주변의 방해를 받지 않는 시간과 공간을 확보해 스마트폰이나 PC를 멀리 두고 오롯이 작성하는 데에만 집중하는 것을 권장합니다. 답변할 때 가장 중요한 마음가짐은 '솔직함'입니다.
  • 메타 헬퍼: 자신이 무엇을 알고 또 모르는지를 아는 능력을 '메타 인지'라고 하며, 이 메타 인지에 도움을 주는 상대를 저희는 '메타 헬퍼'라고 부릅니다. 1on1 미팅을 할 때에는 서로가 서로에게 메타 헬퍼가 되어 주는 것이 중요한데요. 이때 대화의 핵심 자료가 P-Canvas입니다. P-Canvas를 사이에 두고 서로의 관점을 나눕니다. 이때 리드는 일방적으로 피드백하지 않습니다. 멤버를 이해하고 멤버에 대해 배워야 하기 때문에 궁금한 것을 질문하거나 답하는 데 신경 씁니다. 서로의 생각을 나누되 위계를 느낄만한 요인을 배제하고 동등한 관계에서 대화하는 분위기를 만듭니다.
  • 방향 조정: 서로의 관점을 나눈 이후에는 개인과 팀의 목표가 일치하는지 살펴봐야 합니다. 저는 개인의 이기심이 동기 부여의 아주 중요한 원천이라고 생각하며, 따라서 그런 태도를 장려합니다. 다만 팀의 가치에 도움을 줄 때로 한정하며, 그렇기에 조정 과정이 필요합니다. 같은 곳을 바라보기 위해 현재 어긋난 부분은 없는지 검토하고, 필요한 경우 길잡이를 하거나 같은 곳을 바라보기 어렵게 만드는 주변의 방해물을 제거합니다.

운영 중 발생할 수 있는 오해와 실수

P-Canvas 프레임워크를 사용하며 서로 오해할 수 있는 부분과 실수할 수 있는 부분을 짚어보겠습니다.

1on1 미팅에서의 대화 분위기

P-Canvas를 이용한 1on1 미팅에서의 대화 분위기는 피드백을 빙자한 추궁이나 토론이 되지 않아야 합니다. P-Canvas를 매개로 멤버의 현재 상태를 들여다보는 데 집중하며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에 방점을 두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이를 위한 가장 중요한 전제 조건은 서로가 솔직한 태도로 임하는 것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이 모든 과정은 서로의 노력과 시간만 낭비하게 될 뿐입니다.

P-Canvas = 도구

P-Canvas는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닙니다. 더 나은 팀을 만들어가는 여정 속에서 사용하는 하나의 도구입니다. 매달 반복적으로 진행하다 보면 도구가 목적이 되는 경향을 보일 때가 있습니다. 이때 P-Canvas는 도구라는 것을 잊지 마시고 어떻게 사용해야 팀의 성장에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 고민하며 활용하시길 바랍니다.

목적 ≠ 점수

리드가 저지르는 실수 중 하나는 기준선을 하나 정해두고 이 선을 넘었는지 못 넘었는지만으로 잘했나 못했나를 판단하는 것입니다. 개인마다 눈높이와 관점이 다르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모두를 동일한 기준으로 바라보지 말고 개별로 각자의 관점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P-Canvas ≠ 평가

P-Canvas는 평가를 위한 자료가 아니라 성장 과정을 기록하고 소통의 재료로 사용하기 위한 매니징 프레임워크라는 점을 분명히 합니다. 평가와 연결시키면 멤버는 매달 평가받는 기분을 느끼게 되어 솔직해지지 않을 가능성이 커지고, 자책이나 거짓 입력으로 이어져 P-Canvas를 진행하려는 의지가 꺾일 수 있습니다. 평가는 회사의 평가 시스템을 따르고, P-Canvas는 성장과 성과 측면에서, 리드와 팀 차원에서 어떤 도움과 공감이 필요한지를 도출하는 데 방점을 둬야 합니다.

P-Canvas ≠ 마피아 게임

P-Canvas를 사용할 때 솔직하게 임하지 않으면 마피아 게임이 될 뿐입니다. 귀찮아서 대충 입력했거나 성의 없이 작성했다고 느껴지는 항목이 발견된다면 이에 대해 진지하게 1on1 미팅을 진행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항목에 거짓으로 답변하고 있다면 P-Canvas를 진행하는 것은 더 이상 무의미합니다. 과감히 일시 정지하거나 중단하는 게 나을 수도 있으니 잘 판단하시길 바랍니다.

마치며

P-Canvas는 복잡한 인간 관계와 개인의 성장을 시스템화하려는 시도입니다. 인간은 감정적이고 때로는 비합리적이어서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어쩌면 그렇기 때문에 팀을 매니징하기 위해서는 더욱 체계적이고 일관된 프레임워크가 필요합니다.

ABC Platform 팀은 고민하고 도전하며 실패에서 배우고 더 나은 다음으로 연결짓는 과정을 소중하게 생각합니다. 팀 운영과 문화 측면에서도 그런 철학을 녹여내려고 하며, 이 글은 그 과정의 한 측면을 기록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잘 하고 있다는 확신보다는 잘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것이 솔직한 고백일 것 같습니다.

저는 개발자 개인으로서 내 일만 잘 하면 되던 시기를 지나 이제는 리드로서 팀을 매니징해 함께 성과를 만들어가는 방식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대화의 재료를 매번 새롭게 고민하지 않으면서 성장의 방향에 초점을 둘 수 있는 P-Canvas라는 프레임워크를 고안해 팀원들과 더 나은 대화를 하기 위한 도구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동료들과 더 깊이 소통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매니징 엔지니어링'이라고 생각하며, 제가 리드로서 성장할수록 P-Canvas도 함께 개선되고 발전될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매니징 엔지니어링도 기술 엔지니어링처럼 지속적인 리팩토링과 최적화가 필요한 영역이기 때문입니다.

P-Canvas 매니징 프레임워크는 다양한 조직에서 활용할 수 있는 매니징 프레임워크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의 성장을 데이터로 추적하고 대화의 기반으로 삼는다는 P-Canvas의 기본 철학이 이 글을 읽고 계신 여러분의 팀을 비롯해 여러 곳에서 응용되며 도움이 되길 바라며, 이 글을 마칩니다.